♧ ‘빼빼로 데이’에 담긴 숨은 이야기 ♧
해마다 이때쯤이면 제과점이나 마트를 요란스럽게 수놓고 있는 제품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젓가락 모양의 막대과자에 초코를 입힌 빼빼로 과자입니다.
매년 11월 11일을 겨냥하여 제과업계가 소위 데이마케팅(Day Marketing)의 전략으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올해 유난히 실물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특별한 이름이 붙여진 날을 기념하는 데이마케팅은 그 열도가 식을 줄을 모릅니다.
이러한 시대적 문화 산물인 데이마케팅에 대하여 좀더 알아보고 싶은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무엇이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검색엔진을 이용하여 우선 빼빼로데이의 유래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빼빼로 데이는 ‘친구나 연인 등 지인들끼리 “빼빼로”과자를 주고받는 날인 11월 11일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검색을 통하여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이 '빼빼로데이' 마케팅은 실제 이 과자를 만든 회사가 마케팅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1993년 영남 지역의 어느 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인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와 염원을 담아 친구들끼리 이 과자를 주고 받던 데에서 시작되었다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해당 지역 신문은 이런 이벤트가 차츰 유행이 되자 기사화하기 시작했고 특히 완벽하게 날씬해 위해서는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맞춰 먹어야 한다는 전제를 붙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제품을 만든 L제과는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 1997년부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L제과에서 이런 마케팅 활동과 함께 이름 붙여진 빼빼로 데이가 일반인들에게 유행으로 번지자 다른 경쟁업체에서도 앞다투어 같은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 출시하게 되었고 오늘날은 자연스럽고 더욱 다양한 모양의 상품들이 줄줄이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발동한 호기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빼빼로 데이에 대하여 좀더 알아 보기로 합니다.
국내 막대과자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L제과는 빼빼로 데이 전후 2주동안의 매출이 약 5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제품의 연 매출이 1300억원 정도인데 2주만에 1년치 매출의 40%정도에 육박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으니 놀라운 데이 마케팅의 효과입니다.
한 취업포탈사에서 성인 남녀 5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챙기는 기념일로 빼빼로 데이를 꼽으며 72.8%로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우연히 시작된 어느 여중생들의 작은 이벤트 하나가 이렇게 세상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이어지는 기념일에서 2위가 발렌타인 데이, 3위는 화이트데이입니다. 4위로는 삼겹살을 먹는 날인 삼겹살데이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빼빼로 데이가 이제 한국에서만 즐기는 기념일이 아닌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기념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 미국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발렌타인데이처럼 진심을 전하는 기념일(Heartfelt Day)로 한국의 빼빼로 데이가 당당히 소개되었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빼빼로 데이는 이제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날로 자리 매김하여 이 과자의 수출액이 2013년 2천만 달러, 2014년에는 3천만 달러, 2015년에는 4천만달러로 지속 상승 중에 있고 또 2012년 미국 MIT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빼빼로 데이 이벤트를 펼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 외에도 다른 기념의 의미가 많다는 것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중국에서는 11월 11일이 '솔로데이'라고 합니다. 1111이 혼자서 서 있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중국인들이 이 날을 솔로데이라 이름 짓고 ‘유탸오(油條)’라고 하는 길쭉한 모양의 밀가루 튀김을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하니 지구촌의 문화는 유사한 점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한편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의 위력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하는 다른 의미의 기념일들이 있습니다. 알아보니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요, 가래떡 데이, 보행자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눈의 날, 우리 가곡의 날, 젓가락의 날, 레일 데이 등 많은 기념일들이 이 날에 몰려 있습니다. 경상도 대구에서는 11월 11일을 출산장려의 날로 정하여 젊은 부부들의 출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11(둘)이 만나 11(둘)이상 낳자’라는 의미로 이날을 출산장려의 날로 지정하고 해마다 이에 걸 맞는 숨은 공로자들을 찾아 내어 표창한다고 합니다.
11월 11일이 1996년에 농업인의 날로 정해진 배경도 재미있습니다. 농민은 흙을 벗삼아 흙과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전통적인 농업철학을 바탕으로 흙 토(土)자가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을 지정했습니다. 흙 토(土)자를 파자(破字)하면 십일(十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날에는 쌀로 빚은 가래떡을 만들어 나눈다는 의미로 가래떡 데이라고 이름 붙여 농업을 장려했으나 강력한 빼빼로 데이의 마케팅에 밀려 잊혀져 가는 기념일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잘 아는 바와 같이 매월 14일을 기념일로 정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되는 소위 포틴데이 (Fourteen Day) 또한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밸런타인데이인 2월 14일을 모방하여 1990년대말부터 유행된 이 기념일은 다이어리데이 (1월 14일), 화이트데이 (3월 14일), 블랙데이 (4월 14일), 로즈데이 (5월 14일), 키스데이 (6월 14일), 실버데이 (7월 14일), 그린데이(8월 14일), 포토데이(9월 14일), 와인데이(10월 14일), 무비데이(11월 14일), 머니데이 (12월 14일) 등 입니다.
이 밖에도 일년 365일을 기념일로 채우려는 데이 마케팅은 날로 그 상술의 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하루하루가 우리의 삶이 온전하게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념일의 의미를 떠나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건강한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온전한 정신과 맑은 영혼이 살아 있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요 귀한 가치임을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쩌면 오늘 하루는 어느 누군가 그토록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랬던 시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빼빼로 과자 하나를 건네며 작은 행복과 기쁜 마음을 전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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