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꾸는 질문의 힘 ♧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전, 어느 경제 주간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연재되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칼럼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인생2막을 새롭게 열어가는 사람들의 삶의 스토리를 찾아내어 그 도전적인 삶을 응원하는 기획의도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흔히 은퇴 이후의 삶의 유형을 보면 인생 1막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사한 분야에서 소일거리로 지속하거나 또는 이미 준비된 노후의 삶을 자신이 계획한 대로 즐기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도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편안한 쉼을 통해 여생을 살아가는 모습일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인생의 1막의 삶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곳에 도전장을 내밀고 그 가운데 의미를 찾아가는 경우라서 아마도 이번 인터뷰 대상으로 초대를 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터뷰는 약 2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 미리 저에게 23개 문항이 담긴 질문지가 건네졌습니다. 즉석에서 던진 질문에 답을 하기 보다 인터뷰에 앞서 질문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답을 할 지에 대한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졌기에 인터뷰하기가 한결 편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지를 받아보니 어떤 질문은 지나온 삶의 경험과 그 가운데서 느낀 소감을 술회하는 형식이라서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그 외 몇 개의 질문은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것이라 다소 황당하고 그 답을 준비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은퇴 이후에 새롭게 시작한 것이 ‘코칭’이라는 분야라서 이 코칭 프로세스의 핵심이 바로 대화, 그 중에서 ‘질문’에 대한 것이었기에 평소 질문에 대한 학습경험이 되어 있던 터라 그 답을 찾아가는데 비교적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3개의 질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을 나눠 보기로 합니다.
처음 인터뷰 도입 부분에서는 비교적 평이하고 가벼운 질문들이라 큰 어려움이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중간 부분에서 던져진 ‘살아오면서 크게 좌절한 경험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겨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한 동안 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 그 질문을 접한 순간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제 삶을 돌아다 보니 모든 문제들이 이미 다 해결되었고 또 어떤 것은 이미 이겨낸 것이라 특별히 하나를 끄집어 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시련을 당할 때에는 분명히 힘이 들었지만 그 때마다 능히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기막힌 도움이 있었거나 스스로 극복해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과거 시련에 대한 경험은 지난 후에 돌이켜보면 그것이 좌절이라기보다 오히려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담대한 용기를 주는 특별한 자산이라는 것을 이번 질문을 통해 새롭게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두 번째 생각나는 질문은 ‘나의 인생을 바꾼 한 마디는 무엇입니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는 주저 없이 명쾌하게 답을 했습니다. 이미 준비된 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가 이야기한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입니다. 이 한마디는 실제 제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으로 지금도 강의할 때 제가 수강생들에게 자주 던지는 화두(話頭)이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확신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기억나는 인상적인 질문은 김홍신 작가의 소설 ‘인생사용설명서’를 인용했습니다. “소위 ‘최준영의 인생사용설명서’가 있다면 거기에는 어떻게 적혀 있을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제 생각의 허(虛)를 찔렀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이란 제품을 나는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그것을 어떻게 명품화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세상에 감동적으로 들려줄 것인지… 다양한 생각이 열리게 하는 기막힌 질문을 접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데 묘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인생 1막을 마치고 제 삶을 돌아볼 시간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게 되면서 이 질문이 상대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온 분명한 이유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도 질문에서 얻은 새로운 수확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 세워질 묘비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까?’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질문은 지나온 저의 삶을 총체적으로 돌아보게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질문의 힘이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생각으로 이끌었습니다. 결국 내가 이 세상을 떠나갈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나를 세상에 보내신 절대자에게 돌아가 나는 어떤 삶을 살았노라고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내 인생의 종합적인 스토리까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질문은 생각을 여는 힘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끝으로 던져진 질문, ‘지금 하실 수 있는 이야기 중에서 사회적으로 울림이 있을법한 스토리’를 묻는 것이었는데 이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못하고 횡설수설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 나에게는 사회적으로 울림을 줄 만한 제대로 된 변변한 스토리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바꿔본다면 어쩌면 지금 나의 삶은 그런 울림이 있는 스토리를 쓰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열린 질문의 놀라운 힘을 경험합니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으면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과 삶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다양한 채널을 가지고 소통하면서 생각이 열리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미약하지만 꾸준히 진행할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을 흔히 빅 퀘스쳔 (Big Question)이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물론 5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 질문이 정답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새롭고 의미 있는 변화는 바로 ‘질문’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과학과 의학 문명이 최첨단을 자랑하고 성경의 바벨탑 사건을 연상케 하는 인간복제의 현실이 우리들의 목전에 와 있어 자칫 인간의 교만이 극에 달하기 쉬운 현대 문명의 현실에서 만난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시나브로 번져 조롱하듯이 급기야 전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세계적 경제 대공황사태까지 우려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시대를 뼈저리게 목도하면서 문득 질문 하나가 생깁니다.
“도대체 이 세계적인 공포와 한동안 쉽사리 끝나지 않을 이 시련은 과연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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