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1987> 그리고… ♧
오늘 나의 나된 모습이 지나온 날 동안에 지난하게 몸부림쳤던 내 삶의 흔적들의 적분 값이라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땅의 민주화의 모습과 대한민국의 성숙도에 대한 현주소는
수많은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숨은 땀방울들의 결실과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쏟은 귀한 피 방울이라는 희생의 대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이 땅에 진정한 정의와 진리가 도래할 것인지 자문해보게 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지난 2주간은 심적으로 많이 아팠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동안 미루어 오다가 마음 먹고 보게 된 영화 <1987>때문에 그랬고,
또 제가 다니는 교회 안의 꿈 많고 신실한 한 젊은 청년의 선교지 네팔 땅에서의 슬프도록 안타깝고 값진 죽음 때문에 더욱 더 그랬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의 온 식구들은 지금 실의와 비탄에 빠져 있습니다.
너무나 지혜롭고 신실하고 예쁘기까지 한 교회 청년 고(故) 박진아 자매가 차디찬 네팔 땅에서 선교를 하다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지난 주말에 한국으로 그 시신이 송치되었기 때문입니다.
네팔이라는 선교지로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청년 14명이 인도하는 청년 담당 목사와 간사들과 함께 지난 1월 9일에 선교지인 네팔로 떠나서 현지에서 준비한 선교 프로그램과 봉사활동을 거의 다 소화하고 돌아오기 이틀 전인 지난 1월 15일 밤, 대원 중에 한 명이었던 청년 진아 자매가 갑자기 원인 모를 고열이 나면서 몸이 41도까지 올라가는 응급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환자는 이내 급하게 현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고열로 인한 의식 불명상태인 코마(COMA)로 빠져들고 의학적인 주요 신체 수치인 바이탈(Vital)이 거의 바닥을 보이면서 극도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현지 소식을 접해 들은 한국에서는 가족은 물론 온 교회의 성도들이 그 때부터 뜨거운 중보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위기를 느낀 한국에서는 급히 파견단을 구성하여 현지에 급파되고 충격에 빠진 진아 자매의 부모님들을 모시고 네팔로 달려 가게 됩니다.
대표 일행과 부모님들이 현지에 도착했을 때 순간 환자는 바이탈(Vital)이 어느 정도 안정된 수치로 회복이 되었고 의식불명의 상태에서 눈을 뜨며 깨어나서 약간의 의사 소통까지 가능한 상태로 호전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린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도의 끈을 놓치지 않고 더욱 뜨겁게 기도하였고 중환자실에 있던 진아 자매는 이제 언제쯤 한국으로 올 수 있을 지 이야기가 나오던 상황으로까지 호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던 중 갑자기 가슴 아픈 문자 하나를 받게 되는데 그것은 환자인 진아 자매가 다시 고열이 나며 무의식인 코마상태로 다시 들어 갔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현지에서의 소식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안도하게 했다가 또 다시 비통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온 교회가 다 함께 모여 지지난 주 금요일 밤에 환자의 회복을 위해 다시 뜨겁게 기도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목청이 터져라 외칩니다. 하늘을 감동시키고 기적의 역사를 위하여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자매의 의식 회복은 끝내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온 교회 성도가 자신들의 자녀요 가족인 것처럼 뜨거움으로 하나된 모습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고인이 된 박진아 자매는 28살의 꽃다운 나이로 꿈이 많고 눈이 사슴같이 예쁜 청년입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제가 기타를 들고 남선교회 금요기도회 찬양을 인도하기 위하여 저녁 6시 10분에 교회의 7층 예배실로 들어서면 그 때마다 어김없이 그곳에서 무엇인가 열심으로 만들고 준비하던 한 청년을 발견하게 됩니다. 눈망울이 예쁘고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말을 걸면 언제나 상냥하게 대답해 주던 미소가 아름다운 청년 고(故) 박진아 자매입니다. 네팔 선교를 가서 진행할 선교 교육용 교재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매주 금요일에 모여 준비하던 그 일행 중 한 명인 진아 자매는 이제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지지난 주말부터 영원히 깨지 못하는 뇌사 상태가 되었고 마지막 호흡을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던 마지막 날인 지난주 화요일, 한국으로부터 진아 자매가 교사 임용자격 시험에서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모님과 함께 있던 모든 교우들을 더욱 가슴 찢어지게 만들며 안타깝게 했습니다.
진아 자매의 선교지에서 바쳐진 숭고한 순직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픔 중에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네팔이란 땅에 뿌려진 숭고한 희생과 열정이 어떤 믿음의 열매로 선교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인지 장차 크신 그분의 네팔 땅에서의 계획을 기대하게 됩니다.
네팔 땅에 뿌려진 귀중한 선교의 밀알입니다.
같은 시각에서 영화 <1987>이 전하는 메시지를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지지난 주 화요일, 영화 <1987>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특히 영화가 후반부를 접어들면서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영화가 전하는 여운이 주체하기 어렵게 무거워서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으며 게다가 자막과 함께 울려 나온 두 주인공이 가슴으로 부르는 <그날이 오면>이란 노래는 발걸음을 밖으로 옮긴 후에도 한참 동안 뇌리 속에 남아 맴돌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 두 살의 꽃다운 서울대 대학생 박종철군이 심한 물고문과 테러에 가까운 린치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망을 하게 되고 그 이후 이 사고를 증거 인멸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세력, 그리고 그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목숨을 걸며 정의를 선택했던 사람들의 신념에 찬 행동들이 모여 시민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한국영화 최초로 그려낸 우리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며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되었는지, 그리고 1987년을 뜨겁게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에 카메라 앵글이 주목합니다.
그래서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비중이 있는 1987년 역사 현장의 증언자였고 이 땅에 민주화의 밑거름을 뿌리며 길을 열었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란 이해할 수 없는 증언이 회자되던 그 해를 다시 상기시키며 영화 속에서 그 장면이 다시 한 번 재현이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명대사 중의 하나로 가슴 아프게 남게 됩니다.
그리고 은폐하려던 한 청년의 무고한 죽음의 진실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증언과 고백을 통해 세상 밖으로 적나라하게 노출되게 되면서 가장 드라마틱한 6월 광장의 사건이 발발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6월 광장의 거대모임을 촉발시킨 또 하나의 젊은 열사의 죽음을 영화는 어김없이 그려내게 되는데 그것 역시 우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연세대 학생 <이한열 열사>의 시위 도중 직격 최루탄에 맞아 희생되는 또 다른 아픔입니다.
영화 속의, 아니 잊을 수 없는 1987년의 생생한 역사 현실 속에서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치다 덧없이 희생을 당한 젊은 두 열사의 죽음과 영화 속에서 다 담아 내지는 않았지만 그 밖의 민주화의 항쟁 속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희생당하고 스러져간 많은 젊은 피들을 기억할 때 그리고 오늘 선교의 현장에서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열정을 쏟다가 순직을 한 고(故) 박진아 자매의 죽음이 이 도도히 흐르는 역사 속에서 결코 헛되지 않기를 비통하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단 한 번 주어지는 인생!
젊은 청년들의 가슴 아픈 안타까운 죽음과 숭고한 그 희생 앞에서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그리고 남은 인생의 길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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