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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가는 인생입니다

디모데교회관리 2019. 8. 26. 09:44

♧ 빈손으로 가는 인생입니다 ♧

지난 주는 충격과 슬픔으로 얼룩진 시간이었습니다.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랑하는 사촌 동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언 한마디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서 황망한 슬픔을 당한 유족은 물론 가까운 친척과 친지들을 더욱 비탄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동생의 사망원인은 소위 심장마비라고 하는 ‘심근경색’이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출근길에 동생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최근 들어 과중한 업무와 경제적인 삶의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하던 동생이 돌연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바쁜 월요일,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을 제쳐 놓고 우선 동생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병원으로 정신 없이 달려갔습니다. 병원에는 졸지에 남편을 잃은 황망함으로 슬픔에 빠진 제수씨가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동생의 사망을 현장에서 목격하는 순간 마음 한 켠이 너무나 저려왔습니다.

동생은 건축 설계 일을 하는 건축사였습니다. 최근 들어 늘어난 일들로 인해 일주일 동안 집에도 못 가고 회사에서 밀린 일을 하다가 밤이 되면 의자에서 그대로 잠을 청하기를 반복하는 불규칙한 생활을 지속해왔다고 합니다.

사고가 나기 전, 주말에도 귀가를 포기한 채 회사에 남아서 밀린 일을 했고 일요일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책상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결국은 그 상태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것입니다. 오른 손은 컴퓨터 마우스를 잡은 채로 의자에 기대어 시선은 컴퓨터를 바라보며 잠자듯이 그렇게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한 직원들이 발견하고 처음엔 잠을 자는 줄로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는데 일과시간이 시작되면서 깨워보니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동생의 사망 시간은 월요일 새벽 5시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사망 전날인 일요일 밤 11시 40분, 제수씨와의 통화에서 ‘고생 시켜서 너무 미안하다. 이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아름답다!’ 사랑한다!’ 는 말이 이 세상에서 남편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라고 울먹이면서 전하는 제수씨를 바라보는 것은 여간 가슴 아픈 일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거나 허약한 체질이었다면 이런 동생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했을 터인데 오히려 건강하고 늘 밝은 모습이어서 이 황망한 사망 소식의 충격은 그래서 더욱 컸습니다.

고인이 된 동생은 집안에서 참으로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평생을 교직에 몸을 담고 살아오면서 아들을 삶의 희망으로 생각한 숙모님은 30대 초반, 사랑하던 남편마저 일찌기 하늘 나라에 보내야 하는 슬픔을 겪게 됩니다. 재가(再嫁)하라는 주위의 잦은 권유를 물리치면서까지 홀로 아들과 딸을 훌륭하게 키워 낸 이 시대의 자랑스런 어머니입니다. 그런 숙모님께 동생은 당신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고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그런 아들이 이렇게 돌연히 세상을 떠나가게 되자 그 상실감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라보는 사람들도 너무나 가슴 아픈데 당사자인 숙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니 말로 형언하기가 어렵습니다.

장례 절차 중 슬픔의 절정은 아마도 입관 의식을 진행할 때인 것 같습니다. 고인이 된 시신 위에 수의를 입혀 관 속에 안치하며 육신으로서의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가족들이 보며 애도하는 장면입니다. 자주 보아오던 입관식이거늘 이번 동생의 시신을 바라보는 마음은 너무나 비통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관에는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곧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릴 육신과 그 육신을 고이 싸고 수의 한 벌이 고작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이 빈 손으로 가는 인생의 모습을 눈 앞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태어날 때는 알몸으로 세상에 왔다가 갈 때는 고작 수의 하나 걸치고 빈 손으로 돌아가는 인생입니다.

결국은 저렇게 빈손으로 갈 터인데 무얼 그리도 아등바등 하며 삶을 살았는지 고인이 된 동생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새삼스럽게 들었던 생각입니다.

숙모님의 살아가는 희망이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동생의 인생은 생각보다 그리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 이혼 전에 두 사람이 함께 하던 사업이 실패로 끝나면서 떠 안게 된 커다란 부채들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을 심하게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혼을 하면서 현재의 제수씨와는 단란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나갔지만 여전히 이전 부인과의 생활에서 파생된 부채로 인해 동생은 밤낮없이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씨름하다가 그 육체적인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심근경색이라는 예상치 못한 병명으로 뜻하지 않게 한 많던 세상과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 동안 동생이 겪은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죽음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 제 주위의 가까운 젊은 지인들 중 무려 3명이나 이렇게 이 세상을 등지고 떠나 갔습니다. 열심히 활등을 하는 가운데 갑자기 심장의 고통을 호소하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통계를 보니 최근 들어 치명적인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도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구도 가운데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찾아온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한 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허망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떠날 때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떠나는 인생인데 무얼 그리도 세상의 것을 잡겠다고 노심초사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번 동생의 슬픈 일을 치르면서 저에게는 결연한 삶의 사명이 생겼습니다. 할아버지 대(代)에서부터 아버지 형제 그리고 저의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저희 집안은 대대로 장수하는 집안이 아닙니다. 모든 분들이 장수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이번 동생까지도…

그래서 이제 홀로 남은 제가 인생 60은 넘겨야겠다는 소박하지만 결연한 삶의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마음 속에 그런 소망을 갖게 되니 갑자기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넓어지고 편해짐을 느낍니다. 얼마나 더 살겠다고 그리 악착같이 살아갑니까? 그냥 허허거리며 남은 인생을 살기로 합니다.

결국은 수의 하나 걸치고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런 우리들의 인생입니다.

남은 인생은 조금 더 사랑하며 살기 원합니다. 생각해보면 사랑하기에도 턱없이 짧은 인생입니다.

그렇게 살다가 이 땅에서의 인연이 다하는 날 내가 살다가는 인생을 바라보며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소풍 길이었다고 말하겠습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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