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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아침에 쓰는 편지

디모데교회관리 2019. 9. 4. 10:22

♧ 가을날 아침에 쓰는 편지 ♧

마음이 상쾌해지는 9월의 아침을 엽니다.

지금은 원로가수가 되어버린 어느 여가수가 불렀던 ‘9월의 노래’가 문득 생각납니다.

이 싱그러운 9월의 아침을 맞으며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며 무뎌진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 듯 합니다.

먼저 아침저녁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통해 전해지는 선선한 기운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 왔음을 느낍니다. 또 늦은 여름 밤 떠나가는 계절이 서러운 듯 목놓아 울어대는 매미 소리들이 구슬프게 들립니다. 머지 않아 이 소리는 곧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들의 소리들로 바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이 때쯤이면 시골길 거리 거리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들의 가을 합창을 경험할 수 있음도 이 계절에 누릴수 있는 또 다른 여유로움일 것입니다.

게다가 며칠 전 한 친구가 대화방에 올린 잘 영근 햇밤 사진을 보며 이미 가을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봄에 파종한 곡식과 열매들이 이 계절이 되면 농부들의 수확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올해는 부디 풍성한 가을걷이가 되어 올해 유독이 힘든 우리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이 대지 위에만 찾아 온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 마음 한 가운데도 찾아왔음을 봅니다. 해마다 이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문득 누군가가 보고 싶어 그리워지게 되는데 그것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가을이 깃들었다는 계절의 속삭임입니다. 그리고 가을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색의 계절이 되며 또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감성이 되살아나는 계절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이 사라져 버린 이 사회에 올 가을엔 상실한 사랑의 마음들이 회복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가을이 오면 그리운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던 젊은 시절이 생각나는 그런 가을의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마음이 넉넉해지고 잠잠하던 감성이 살아나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영원할 것처럼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의 계절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이제는 사라진 듯합니다. 대자연의 섭리 앞에 순종하듯이 새로운 계절 가을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는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며 혼돈과 탐욕으로 만연한 우리 인간사의 질서도 이러한 자연계의 질서를 본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하니 문득 더없이 공평하고 상쾌한 이 가을의 아침이 남다름으로 가까이 다가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가을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특별히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계절로 유명합니다.

“ 전쟁으로 할퀴고 발기고 해도

가을만은 제자리에 두어 두십시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도 좋으니

가을만은 제때에 두어 두십시오 “

우리 조국의 가을을 너무나 사랑했던 어느 시인의 가을 예찬의 한 구절입니다.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시인은 가을만큼은 그대로 두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한편의 시로 노래했습니다. 우리의 자랑, 가을이란 계절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시인의 절규와 같은 마음이 느껴져 이 가을이 새롭게 보입니다.

한 동안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매일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도대체 무슨 삶의 영화와 부귀를 누리겠다고 그렇게 정신 없이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니 숨어있던 삶의 의미가 보이고 자연이 끊임없이 전해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무감각하던 계절의 변화가 새롭게 느껴지고 흘러가는 시간은 손에 잡을 수 없이 빠름을 더 생생하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한동안 묻어 두였던 감성이 살아나니 세상만물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게 되고 그들이 처한 자리에 많은 메시지들을 토해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짧지 않은 그 동안의 삶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해마다 맞게되는 가을이지만 올해만큼 이 계절이 남다르게 느껴진 적이 드문 것 같습니다. 작금, 내나라 대한민국을 둘러싼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도 어려운 까닭일 것입니다. 정의와 진리라는 미명아래 포장된 혼돈과 탐욕, 교만과 불신이 난무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하극상이 만연한 시대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전례 없던 위기의 시대입니다.

부디 자연의 섭리를 본받아 무질서한 이 사회가 이 가을의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닮아 제자리를 찾고 잃어버린 사랑의 마음이 극적으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언젠가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우리들의 삶의 여정도 크게 보면 인생 사계절로 나뉩니다. 그 중에서 가을은 우리 삶의 수확기에 해당합니다. 봄에 파종한 것을 한여름 속에서 피와 땀을 쏟으며 일군 것을 그 노력대로 거두어 들이는 시간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사계절과 달리 인생의 사계절은 단 한 번만 주어집니다. 연습과 반복이 없습니다. 자연의 섭리에서 배워야 할 우리의 삶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인생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면서 노래한 시 한 편이 눈에 띄어 동봉하며 가을날 아침에 드리는 편지를 마무리 합니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김준엽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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