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내비게이션을 켜십시오 ♧
몇 달 전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에서 경기도 분당에 위치하고 있는 분당할렐루야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저녁 집회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더구나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워낙 먼 거리라 차를 이용하여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가 낯선 길은 늘 습관처럼 내비게이션을 켜고 출발합니다.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있지만 처음 이 내비게이션이 등장하여 운전자들에게 소개되었을 때는 정말 엄청나게 신기한 요술상자와도 같았습니다. 이 마법 같은 기기를 이용하다 보면 생전 처음 찾아가는 길을 어김없이 찾아주는 친절함과 그 세심함에 문득 문득 놀라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처람 익숙해져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자신을 보는 게 오히려 더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날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인 분당 할렐루야 교회를 찾아가는 도중에 새삼스럽게 이 네비게이션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새로운 지역을 가기 위해 전국 상세지도를 펴고 최종 목적지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그 곳에 도착하기 위해 거쳐야할 중간 경로를 세심하게 지도에 표시하며 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이젠 낯선 길에 대한 아무런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운전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지금의 이 시대는 정말 축복받은 것 같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평일 이른 저녁에 길을 출발하였으나 퇴근 길과 겹쳐 생각보다 차가 많이 밀렸습니다.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 주는 친절한 안내도 새삼 신기함으로 다가왔고 길을 가는 도중에 예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안내해주는 것도 생각해보면 사실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익숙해진 문명의 이기(利器)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문화와 삶의 패턴을 엄청나게 바꾸어 놓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날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느꼈던 것은 일단 기기에 목적지를 세팅한 후 운전을 시작하니 도중에 길이 다소 밀리긴 했지만 내비게이션을 철저히 신뢰하면 분명히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교통 체증으로 차가 밀리거나 내비게이션을 운전 도중 내비게이션을 잘못 읽어 잠시 다른 길로 벗어나도 이내 곧 또 다른 최적의 길을 안내해 주는 것에 믿음이 더해졌습니다. 기존에 정해진 길로 안내를 하다가 중간에 예상치도 못한 교통사고나 체증이 생기는 상황에서는 이내 다른 최적의 길로 급변경하여 안내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우리의 인생 길과도 같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주제로 강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강의 시작 오프닝에서 종종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때론 이런 질문을 던질 때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이 자리는 처음 출발 시 당신이 지나고자 했던 바로 그 자리입니까?’
어쩌면 우리는 단 한 번뿐인 인생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자신이 도착하고 싶은 종착역을 정하고 달려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어떤 사람은 그 내비게이션 조차 켜지 않고 우왕좌왕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삶의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가지 않고 자신이 아는 길을 고집하거나 전혀 다른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쩌다 칠흑 같은 어둠을 만나기도 하고 짙은 안개로 전방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의 상태로 빠지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분명한 삶의 이정표가 되어 줄 내비게이션을 믿고 끝까지 따라간다면 때론 시간이 걸려도 마침내 목표로 정한 종착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내비게이션을 믿지 못하고 그것을 끄거나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때는 더욱 혼란한 상황가운데 길을 잃게 됩니다.
부푼 꿈을 안고 회사를 갓 입사했던 신입사원 시절, 장차 운명처럼 일할 회사의 오리엔테이션 첫 시간에 회사의 경영 슬로건과 비전을 교육 받았는데 그것은 ‘FA 2000! (Full Ahead/전속항진 2000!)’ 이었습니다.
회사가 당시 10년 후에 도래할 2000년까지 전속으로 항진하여 매출 40억불, 동종업계 세계 5위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전 직원이 그 목표를 향하여 정말 하나같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 하루하루의 삶은 그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즐거운 과정이었고 모두가 힘을 합하여 꾸준히 그 길을 향하여 항진한 결과 당당히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난 이후에 회사에 어려움이 생겨 새로운 비전을 세우지 못해 우왕좌왕하면서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하루빨리 올바른 방향타를 잡고 비전을 세워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내비게이션을 켜야 할 때입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한 해를 새롭게 달려갈 목적지를 정하고 습관처럼 내비게이션을 켭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 왔으며 이제 목적지를 향해 중반을 지나 하반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때쯤이면 자신이 서있는 지점의 이정표를 확인하고 당초 예정대로 잘 지나고 있는지도 확인도 하고 무엇보다 남은 여정을 가로막고 있는 교통체증과 같은 장애물이나 걸림돌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더 좋은 선택지가 있는지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의 힘들고 슬픈 조국 현실을 바라봅니다. 오늘의 이야기처럼 지금 우리 나라는 대체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하나가 되어야 할 국론은 이미 여러 갈래로 분열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간절한 소망으로 우리민족이 한때 하나가 되어 열심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수한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인가 지나칠 정도로 우수해진 나머지 이제는 그 도가 지나쳐 미쳤거나 아예 바보가 되어 버린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나아갈 방향을 잃은 국가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목적과 희망을 잃은 것처럼 불행한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요즘의 우리 나라가 그 모습입니다. 그렇게 가난했던 1950~60년에도 우리 잘 살아보자는 분명한 국가적인 희망이 있었고 일제의 치욕적인 압제하에서도 우린 자유를 향한 조국광복의 꿈이 있었습니다.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거시적인 내비게이션을 켜고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우수한 민족이 되었고 더 잘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불행히도 정작 우리들이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잃어버린듯한 느낌입니다.
꺼져가는 희망의 등불을 다시 살리고 국가비전을 향한 거시적 내비게이션을 다시 한 번 켜기 원합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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