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유감(遺憾)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해마다 추석이 되면 우리가 즐겨 쓰는 명절 덕담입니다.
예부터 이 때가 되면 농민들의 마음은 넉넉해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입에서는 풍년가가 절로 나오며 너나 할 것 없이 훈훈한 농심(農心)이 되어 오가는 정이 아름답습니다.
올해는 어떤 추석 한가위 명절을 보냈습니까?
여름의 끝자락에서 허겁지겁 맞이하게 된 올해의 추석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이른 추석 한가위였습니다. 금년은 음력 절기로 윤달이 없는 해라 작년에 이어 다시 9월에 추석이 찾아왔습니다. 작년에는 추석명절이 9월 24일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열흘이나 앞당겨 찾아왔습니다. 평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인해 수확의 결실을 누리고 싶어하는 농민들이 늘 부르던 ‘풍년가’는 사라지고 한 해 피땀 흘린 농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뒤늦게 찾아온 장마전선과 함께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휩쓸고 간 피해로 인해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던 햇과일들이 수확전에 낙과(落果)되어 버리는 가슴 아픈 장면을 언론 보도를 통해 보게 됩니다.
추석명절 즈음하여 올해 가을걷이를 다룬 경제 뉴스를 보면 가을 과일의 대표로 손꼽히는 햇밤과 대추, 감, 배, 사과 등을 차례상에 올리기 힘들 만큼 때이른 추석시즌이었습니다. 평년에는 갓 출하된 햇과일로 해마다 이때쯤이면 재미를 보던 농가들과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올해 상대적으로 치솟은 물가에 장바구니가 가벼워 질 수 밖에 없어 울상을 짓게 만든 한가위 즈음한 시장 풍경입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국내의 물류센터 및 거래처 마트 등으로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하기 어려울 만큼 햇밤 등 햇과일의 출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는 뉴스보도가 앞다투어 쏟아져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올해 한가위 대목 시즌에 맞추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조기 출하되어 시장에서 선보인 햇과일은 때이른 수확으로 당도(糖度)가 예년에 비해 기대 이하로 떨어져 모처럼 넉넉하고 풍성해야 할 우리의 가을 전통 축제가 개운치 못한 상태로 막을 내린듯한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추석 한가위가 주는 큰 기쁨 중의 하나는 아마도 ‘고향’이라는 단어에서 묻어나는 '정겨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향이라는 말은 언제들어도 가슴이 설레며 뭉클해지는 느낌을 숨길 수 없는 ‘그리움’의 또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언제든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과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큼 나를 존재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토록 가슴 뜨거운 느낌은 우리가 해마다 맞는 추석한가위가 이른 추석이든 조금 늦은 추석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처럼 고향은 길 떠나온 나그네들의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향을 찾는 마음도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많이 바래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하여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한해 두 해 열심히 일합니다. 그리고 해마다 이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정성스런 선물을 준비하여 고향을 찾아가던 전통문화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고향을 찾는 대신 이런 황금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거나 국내 휴양지 같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휴식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명절의 새로운 풍속도입니다.
올해 제가 보낸 가을 추석 한가위는 다소 쓸쓸한 모습의 명절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별로 많지 않고 그나마 많지 않은 가족마저 해외와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명절에 서로 얼굴을 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고향을 떠나왔지만 이제는 찾아갈 고향이 없고 기다리는 일가친척도 별로 없어 고향을 등진 지가 벌써 수십 년이 되어가니 해마다 명절을 보내는 것이 때로는 어려운 문제풀이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그나마 명절이 되면 우리 가족이 함께 찾아가는 곳이 아내의 친가입니다. 아내의 친가는 모일 수 있는 직계 형제들이 제법 있어서 해마다 함께 모여 얼굴을 보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는데 올해는 무슨 이유인지 모이지 않아서 그나마 얼굴도 볼 수 없었습니다.
명절은 역시 사람들이 모여야 살 맛 나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친구보다 가깝지만 때로는 경제적 이권이 개입되거나 감정적으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면 친구보다 오히려 더 멀어지는 사이가 될 수도 있음을 종종 보게 됩니다.
유독이 힘들게 흘러가는 올해 2019년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팔월 대보름날, 마을 동산 위에 떠오른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었던 동심으로 돌아가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됩니다.
팔월 대보름의 저 둥근 달 같은 마음으로 오늘날 분열되고 흩어진 우리민족의 마음이 부디 하나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함께 모여 떡을 건네며 전통 문화를 즐기며 덕담을 주고받고 격려하며 웃음을 나누던 우리 민족이 이제는 이념과 갈등으로 무리를 짓고 파당을 나누기에 분주해져가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아는 지식이 너무나 많아지고 똑똑해져서 저마다의 정의와 진리를 내세워 모이기만 하면 생각이 다른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고 부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봅니다. 편협함이 없고 모나지 않은 저 보름달처럼 적어도 조금은 넉넉하고 둥근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안아 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서로간의 옳고 그름을 탓하기에 앞서 한 번쯤은 서로의 생각의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경쟁해야 할 대상은 우리 내부에 있는게 아니라 엄연히 밖에 있는데 아직도 우린 가족들간의 내부적인 소통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서로가 불신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불통의 시대가 하루빨리 거(去)하고 초심의 마음으로 기치를 내세웠던 '화합과 타협'의 장을 회복하면 좋겠습니다. 이미 퇴색해져가는 말이지만 다시 한 번 꺼내어 꺼져가는 불씨를 지피는 마음으로 외쳐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디 한가위만 같아라!’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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