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삶의 안식처, 케렌시아! ♧
길게든 짧게든 지금까지 인생이란 길을 걸어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 언제였습니까?
같은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보겠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은 언제였습니까?
그리고 덧붙여 이런 질문을 하나 더 드립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그리고 지금 똑 같은 또는 유사한 상황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 오랜 인생길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그 가운데서 그런대로 잘도 극복하면서 지내 온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상황을 극복하면서 얻게 되는 귀한 체험을 저는 삶의 무형자산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 다시 한 번 되풀이 된다면 그것을 대하는 자세가 적어도 지난 번 보다는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이제 제가 그 상황을 극복할 삶의 지혜가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아침 세상스케치에서는 <트렌드를 읽다> 시리즈 중의 하나로 김난도 교수팀의 연례 프로젝트인 <트렌드 코리아 2018> 이란 저서에서 언급된 10개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케렌시아>라는 단어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케렌시아 (Querencia)는 영어 단어가 아니라 스페인어입니다. 스페인어의 사전적 의미는 애정, 애착, 귀소본능이란 뜻이며 의역하면 안식처, 피난처 등의 뜻으로 쓰이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케렌시아라는 말은 투우의 본고장인 스페인의 투우장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인데 투우장에 들어서는 소가 처음 넓은 투우장을 보면서 투우사와 싸우는 도중에 자신이 쉴 곳을 먼저 살피고 그 곳을 정해 둔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우사와 운명의 혈전을 벌이는 가운데 투우의 온 몸에 하나 둘씩 반데리야 (작살과 창)가 꽂혀지면서 지쳐가는 투우가 힘을 다시 비축하기 위하여 숨 고르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 때 처음 자신이 점 찍어둔 곳으로 가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다시 투우사를 공격하기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데 그 때 투우가 힘을 다시 얻는 그 장소를 ‘케렌시아’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투우장에 자주 들러 투우경기를 관람했는데 격렬한 전투와 죽음을 볼 수 있는 곳이 투우장뿐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케렌시아에 있는 소는 다루기가 몹시 위험하고 죽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케렌시아에 있는 소를 죽이려고 덤벼들다 목숨을 잃는 투우사가 부지기수다.”
소에게 있어 케렌시아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장소이고, 안전하고 또 싸움에 아주 유리한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전쟁 같은 삶 가운데 그들만의 안식처는 어디입니까?
김난도 교수팀은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2018년의 소비 트렌드 중의 하나로 이 힘들고 지친 현대인의 삶의 안식처를 겨냥하여 이와 관련된 소비형태가 새로운 사업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런 흐름은 이제 새로운 바람이 되어 2018년의 소비와 삶의 패턴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품화 되어 각광을 받고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보면서 현대인의 삶의 트렌드를 읽어 보는 것도 흥미 있고 또한 나름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이미 대중화 된 <수면카페>가 현대인의 케렌시아로 좋은 예입니다.
<수면카페>란 쉽게 표현한다면 일명 '낮잠 카페'입니다. 피로에 지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사무실공간에서 잠을 자는 모습들을 보며 착안해 낸 곳, 누적되는 피로에 지친 이들이 갈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거리는 소가 케렌시아로 가는 것처럼, 계속되는 야근과 잦은 회식에 너덜너덜해진 직장인들이 수면카페로 몰려듭니다.
<낮잠영화관>이란 현대인의 케렌시아도 있습니다. 여의도 CGV는 11시 반부터 1시까지 '시에스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침대처럼 180도 젖혀지는 좌석, 클래식 음악, LED 촛불, 허브 차, 담요, 귀마개, 안대, 슬리퍼까지, 낮잠 자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적의 환경을 경제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니 한 번쯤 경험해 볼만 합니다.
한편, 기성세대들의 만고불변의 전통적 케렌시아로는 <사우나>를 주저 없이 들 수 있습니다. 아직도 이 사우나를 찾는 기성세대의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직장 후배와 식사를 하면서 들었던 신기한 현대인의 또다른 케렌시아 하나를 소개합니다.
바로 <럭셔리 낮잠>입니다. 드라마에서 몇 차례 보여줬던 모습인데,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병원에 찾아가서 수액을 맞으며 한숨 푹 자는 것인데 단시간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고급진 방법입니다. 시내병원에서는 낮잠 & 수액 서비스를 상품으로 내걸고 비타민, 마늘, 태반 주사 등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름값 하느라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하루의 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무공간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장소로 만들어 꾸미며 그 가운데서 생활하며 충만한 행복감을 맛보는 곳인데 바로 오피스테리어 또는 데스크테리어입니다.
2016년 기준 대한민국 직장인 연평균 근무시간이 2천시간이라고 합니다. 어딘가로 가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일터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 싫은 사람들은 아예 자신의 사무공간을 케렌시아로 만들고 자신의 근무책상을 자기에게 딱 맞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부릅니다. 데스크테리어는 물론 데스크와 인테리어의 합성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러한 오피스테리어나 데스크테리어같은 케렌시아의 유사한 형태를 기존의 부지런한 우리 기성세대 모습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령 영업용 개인 택시 운전사의 택시를 타다 보면 택시 안을 쾌적한 하나의 인테리어 공간으로 만들어 고급 오디오라든가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장착하고 게다가 내부 조명 등 멋지게 인테리어를 설치해 놓아 이용객은 물론 기사 스스로도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기분 좋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차를 타게 되면 손님이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내릴 때 특별한 서비스를 받았다는데 대한 보상으로 팁까지 얹어주게 됩니다.
이상에서는 힘들고 지친 현대인의 삶의 안식처의 소비트렌드로 케렌시아와 관련된 사례들의 극히 일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그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이 찾아나서야 할 삶의 케렌시아는 어디이며 무엇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보는 것도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죄가 없으시며 육신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께서는 인간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하여 고통의 십자가를 지시기 전 날 밤에 겟세마네 동산이란 한적한 곳으로 가서 은밀한 기도를 통하여 마음의 참된 안식을 찾으셨던 것처럼 오늘날 신실한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가장 어려운 위기의 순간에 그들만의 가장 조용하고 은밀한 기도의 골방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그 분의 뜻을 구하며 평안을 얻고 지혜를 구하고 그 가운데 힘을 얻게 됩니다. 그들만의 깊고 비밀한 영적 케렌시아 입니다.
어떤 이들은 여행을 통해서 자신만의 안식의 공간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음악이 주는 무궁무진한 힐링의 세계에 흠뻑 젖으며 안식을 찾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힘든 모든 것을 내려 놓으면 다 수용하며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영혼이 통하는 소울메이트를 찾기도 합니다.
또는 한잔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격렬한 운동이나 한편의 영화를 찾기도 합니다.
나만의 가장 큰 힘을 얻을 수 케렌시아는 공간개념을 지나 시간의 개념까지 확장하여 포괄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묵상과 기도의 시간,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 행복한 추억에 젖어보는 시간들 그리고 다가 올 미래의 아름다운 꿈을 꿈꾸는 시간…
이 모두가 우리가 살면서 힘을 얻는 삶의 비밀한 안식처, 바로 삶의 케렌시아입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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