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우마! 또 다른 성장의 기회입니다 ♧
지난 주 9월 11일은 미국의 심장부 도시, 뉴욕의 맨하튼 거리에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었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지 17년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17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당시 19명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민간비행기 4대를 납치해 맨하튼과 워싱턴으로 향한 후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타깃으로 자살테러를 감행하여 100여개국 3000여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 낸 전대미문의 테러로 세계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믿기 어려운 그 상황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으로 아직도 잊을 수가 없이 생생합니다.
지울 수 없는 그 충격의 기억들을 오늘 다시 소환해 재현해 봅니다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 8시 46분, 첫 번째 비행기가 1번 건물의 93층에서 99층 사이로 충돌합니다.
잠시 후 사람들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인 9시 3분, 두 번째 비행기가 2번 건물의 77층부터 85층 사이에 날아와 커다란 대못이 박히듯 깊이 박혀버립니다.
이 때, 비행기의 충돌과 연료의 폭발로 상층부에 있던 사람들은 미쳐 탈출하지 못해 화염 속에서 창 밖으로 뛰어 내립니다.
지상에서 구조하던 소방관들은 바로 옆으로 쿵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사람들로 인해 쇼크에 빠집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한창 구조 중이던 9시 59분, 건물이 와르르 붕괴되어 버리며 화산 분출과 같은 잿더미 폭풍이 거리 전체를 쓰나미처럼 뒤덮어 버립니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처럼 위풍 당당하던 쌍둥이 빌딩이 잿더미로 변하며 순식간에 사라져갔습니다.
당시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미국인들의 대다수가 그 때 발생한 트라우마로 그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대재앙의 현장이란 뜻을 지닌 <그라운드 제로>라 불리는 그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는 훌륭하게 재건되어 견고하게 보이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추모공원인 메모리얼 파크 및 뮤지엄이 생겨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당시의 기억들을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에도 국민적 충격을 주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세월호 참사>라고 부릅니다.
올해 4월 16일로 4주기를 맞은 이 대형사고는 아직도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어 남은 생존자는 물론 수많은 희생자와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을 일상으로 돌려 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는 가운데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이어지는 거짓말 같은 갖가지 루머들을 쏟아 내며 오늘날까지 매듭짓지 못하고 지지부진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911처럼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한 추모공간은 고사하고 아직도 어느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공전하는 가운데 지리한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어 보는 이들을 하여금 안타까움을 넘어 불쾌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911 테러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로부터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은 그 당시의 상황으로부터 자유롭게 회복되지 못하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란 ‘정신적 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통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마주했을 때 생기는 충격을 의미하거나 때로는 그 충격으로 인하여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정신적인 장애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극히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장기간 기억되고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놀라거나 정신적 또는 심리적으로 심하게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제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1월 4일 겨울, 소한의 혹한 날씨가 대지를 덮던 겨울 밤, 자정이 훨씬 넘은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긴 겨울 밤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 저는 잠을 자면서 불이 나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꿈 속의 그 불길이 나의 몸을 휘감는 듯한 뜨거운 느낌이 전해지면서 순간 눈을 뜹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실제로 제가 잠을 자던 침대에 불길이 붙어 훨훨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순간 덮고 있던 캐시미론 이불로 그 불길을 덮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길은 덮어졌지만 이미 침대 밑에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불길을 이불로 진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퍼다가 붓기 시작하는데 이미 타오르는 불길을 진압한다는 것은 한강에 돌을 던지는 격이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면서 이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밖으로 뛰어 나가는 생각을 하다가 걸음을 멈춥니다. 이 불을 제가 잡지 못하면 이 아파트는 불길에 휩싸일 것이고 결국은 아파트가 통째로 화염에 뒤덮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 불은 내 손으로 진압을 해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절박감에 사로 잡힙니다. 순간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문득 아파트 복도 한 켠에 비치되어 있던 소화기가 생각났습니다. 거의 벌거벗은 채로 제가 살던 아파트 5층에서 3층까지 달려가 소화기를 가져다가 진화하려고 하는데 소화기 사용법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안경을 벗은 상태였고 전기는 자동으로 차단이 된 상태에서 오직 빛이라고는 타오르는 불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오는 불에 소화기를 비쳐서 표지에 써 있는 사용법을 읽게 됩니다.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누르라는 설명서에 따라 호스를 대고 불이 나는 현장을 향해 쏘아댑니다. 일순간 타오르던 불길이 신기하게 진압이 되었습니다. 혼신을 다하며 기진맥진했던 저는 그 자리에서 땅에 풀썩 주저앉게 됩니다.
1986년 1월 겨울 밤의 화재 진화 사건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잠을 잘 때 제 몸에 뜨거운 기운이 다가오기만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며 일어 나곤 합니다. 유달리 뜨거웠던(?) 그 해 겨울에 제가 경험한 불길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입니다.
누구나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외상 후 성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외상 사건을 겪고 트라우마를 입었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정신적인 성장을 얻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단지 트라우마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초월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트라우마 관련하여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져야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아픔에 파묻혀 지낸다고 그 삶이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슬픔을 당한 911 테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직까지 겪고 있는 그 아픔과 슬픔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쉽지는 않겠지만 더 행복한 일상을 회복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911 테러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유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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