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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디모데교회관리 2019. 3. 4. 10:47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지난 주에는 2015년에 이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다시 받았습니다. 
2015년, 다니던 회사에서의 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절대적인 운동부족으로 허리가 이상을 일으키더니 결국 심한 통증으로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더니 허리 디스크 이상이 의심된다며 MRI촬영을 권하여 검사대에 올랐습니다. 
검사 당시 척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 협착증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물리치료와 약물치료와 한방치료를 병행하며 1년여를 꼬박 치료받아 허리 통증을 이겨 내고 아픔에서 해방된 생활을 해 오던 중 지난 1월 31일 밤 10시경 옛 회사동료들과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뒤에서 달려오던 차에 심한 추돌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제가 탄 택시가 가양대교에서 강변북로를 진입하기 위하여 속도를 줄이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전속력으로 달려 오던 승용차가 공교롭게도 제가 타고 있던 택시의 오른편 뒷자석 쪽 범퍼를 강하게 들이 받아 버렸습니다. 그 때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들고 있던 휴대폰이 손에서 날라가 버릴 정도였습니다. 택시 기사와 저는 충격으로 잠시 정신이 먹먹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택시운전사는 교통경찰을 호출했고 추돌 후 어슬렁거리며 가해운전자가 약간의 비틀거림으로 우리 차 곁으로 다가왔는데 겉으로 보아 음주운전자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교통 경찰이 출동했고 가해자가 음주한 정황이 보여 측정 결과 알코올농도가 0.14 였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너무나 놀라 통증을 채 느낄 수가 없었는데 그 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목과 허리 부분에서 그 동안 잠잠하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고 오른쪽 다리도 약간의 저림 현상과 부분적인 마비증세가 간간히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병원 측의 권고에 의해 저는 생애 두 번째의 MRI검사를 하게 됩니다.              

첫 번째 MRI 검사를 받았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검사인 듯했습니다. 검사 시간은 약 4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2015년에 받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약 10가지 이상의 검사에서 검사 하나당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4분까지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마취하지 않은 맨 정신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생생하게 그 현장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 전혀 문외한이라서 잘 모르지만 X-Ray나 CT촬영보다 한 단계 진보한 방식의 MRI검사는 자기 공명 장치에 의해 내 몸이 속속들이 스캔이 되어 영상으로 촬영이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검사에 임하는데 초기엔 시간도 짧고 촬영하는 동안 귀마개를 한 탓에 들리는 소음이 견딜만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검사시간이 길어지고 검사도중 다양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약간의 공포감이 몰려 오면서 마치 내 몸이 발달한 현대의학 첨단기기에 의해 속속들이 스캔 당하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들려 오는 요란한 기계 소리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며 이름 모를 종류의 총소리가 연발로 쏘아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내 몸 속에 더러운 것들을 찾아 쏘아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40분이란 짧은 시간 검사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의 행적의 결과물을 이런 MRI와 같은 기기로 스캔을 하여 심사를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생각에 잠시 젖어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곧 내가 나를 들여다 보듯이 누군가 나를 들여다볼 때 얼마나 나의 양심과 생각과 그 생각으로 말미암은 행동들이 도덕적이든 사회적인 법의 잣대이든 아니면 신앙적이든 그 기준에서 얼마나 떳떳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시인이 노래한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유명한 시 구절을 생각하고 거짓과 부패로 얼룩져가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됩니다.    

한때 유교적 도덕성이 우리 민족의 최고의 긍지요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어느 시대에도 도덕적인 타락과 부패는 상존했고 인간의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태동하여 오랜 시간 공존해오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금에는 그러한 도덕성이 인간역사의 말로를 대변하는 듯 파렴치하고 치가 떨리게 하는 하극상을 보여 더욱 슬프게 합니다. 
그것도 한때 가장 존경을 받던 각계 각층의 최고의 리더 자리에 있던 유명인사들이기에 실망과 공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거짓이 만연한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앞장서서 한 나라의 정의 구현과 국민적 신뢰를 심어야 할 정치계가 보란 듯이 부패로 인한 심각한 암 판정을 받았고 정치계가 이러하니 다른 경제, 사회, 문화, 예술계 불문하고 거짓과 부패로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거짓과 부패로 물들어 가는 이 사회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야 하는 종교계마저 타락과 탐욕과 거짓이 충격적으로 드러남으로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진리의 안식처가 과연 어디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같은 신앙인으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2018년은 이러한 부패와 하극상이 점철을 이루어 극에 달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백일하에 드러낸 한국역사의 전대미문의 <미투> 사건을 계기로 각계의 거물들이 대거 쓰러졌습니다. 한 때 이 나라의 차세대리더로서 가장 확실한 우량주로 점쳐지던 거물이 하루아침에 국민들로부터 개망신을 당했고, 한 때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이름조차 고귀하기 이를 데 없는 고상한 시인의 이름이 <미투>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치욕 당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놀라움보다 한때 존경했던 마음에 심한 배신감마저 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말 나온 김에 우리나라 역대 지도자들의 임기 후의 삶을 들여다 봅니다. 어느 지도자 하나 임기를 마치고 온전하게 여생을 살아간 사람이 없으며 국민들의 존경심을 한 몸에 받는 진정한 지도자가 단 한 명도 없었음을 생각할 때 참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지 아니면 그런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우리 민족이 불행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지난 주 3월 1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 압제에 항거하며 전국민이 일제히 독립을 위한 만세운동을 벌였던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나라의 주권과 민족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온 겨레가 봉기하여 적들의 총칼 앞에 분연히 싸우다 피를 흘리며 희생당한 그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들의 피와 땀이 녹아져 있는 이 땅을 지키고 이어 나가야 할 우리 세대들이 그 순결함은 고사하고 적어도 거짓과 부패로 만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어진 참된 회개를 통해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일제강점기에 문필로 항거하며 싸운 윤동주 님의 짧지만 울림이 큰 내적 절규의 <서시>를 담아 봅니다.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윤동주>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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