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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어도 다 됩니다

디모데교회관리 2019. 2. 25. 10:30

♧ 내가 아니어도 다 됩니다 ♧


지난 2월 16일 토요일에는 제가 섬기는 교회 소속 남선교회 (50대 이상 남성들로 구성된 선교 공동체)가 주최하는 <종교가족 사랑의 마음 잇기 윷놀이 대회>가 성황리에 열려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 2년마다 격년제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중의 하나인 설날과 음력 정월 대보름 즈음에 전교인 가족들이 함께 모여 우리 조상들의 세시풍속놀이 중의 하나인 윷놀이를 통하여 서로간의 친목과 교제를 나누고 덕담을 건네며 먹을 것도 나누면서 의미 있고 흥겨운 시간의 자리를 갖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정례 행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여기저기에서 답지된 자발적 후원금으로 당일 행사를 치른 후 남은 후원금은 전액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데 사용하는 아름다운 자선행사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일부 남선교회 회원들이 모여 작은 친목을 나누던 이 윷놀이 행사가 2년마다 격년제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규모가 점차 커져 이제는 전 교인이 참가하는 대규모의 축제로 발전을 한 것입니다. 
올해 2019년 행사에는 교회식구 약 220명이 참가하는 가장 큰 규모의 윷놀이 대회가 되었고 대회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조직적이고 혁신적이고 풍성한 대회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윷놀이 대회가 운영되는 모습을 스케치해 보면 약 70평 남짓한 교회 공간 안에 200여명을 빼곡하게 수용하여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거의 매직과 같은 정교한 기획과 운영의 묘가 필요한 그런 대회입니다. 그 동안 이 행사는 교회 내에 경험 있는 윷놀이 전문 기획팀이 있어서 소수의 핵심 인원으로만 구성되어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윷놀이 대회 준비 팀의 새로운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참신한 의견에 따라 기존의 전문화된 준비 팀을 과감히 교체하기에 이릅니다. 
기존의 경험 있는 인력들은 새롭게 교체되어 구성된 팀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행사에 경험이 없는 팀이 결성이 되면서 일부에서는 약간의 우려의 시선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이 행사의 주축이 되어 주관하여 오던 저도 과감하게 하던 일을 새로운 준비위원에게 물려주면서 전격적인 세대교체에 부응합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우려반 기대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며 지원하게 됩니다. 

종전의 준비 방식이 윷놀이 기획에 특화된 몇몇 사람들의 오랜 경험과 숙달된 패턴에 의한 것이라면 이번의 행사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개념의 방식으로 기획하여 새롭게 준비되고 진행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준비위원들이 구성되었고 각자의 역할들이 분담되어 배정되었습니다. 단순한 윷놀이대회가 마치 <윷놀이 세계선수권 대회> 내지 <윷놀이 세계올림픽> 같은 대회 규모를 연상케 하는 느낌마저 드는 그런 조직적인 행사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새로운 준비위원들이 초기 준비과정부터 대거 참여하면서 각자의 맡은 역할에 자신들이 가진 숨은 재능과 놀라운 역량이 더하여 지면서 종전에 행사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혁신의 윷놀이 대회가 만들어 진 것입니다. 

오랜 경험과 특정한 분야에 특화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기분 좋게 깨뜨린 이색적인 교훈을 얻은 윷놀이 대회였습니다. 이번 대회를 뒤에서 지원하며 준비되는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기존의 경험 있는 사람들이 가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철저히 무너졌다는 점과 오히려 내가 아니면 더 잘 될 수도 있다는 의외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귀한 도전이었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아온 편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맡겨지면 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 곧잘 해결하면서 서서히 경험이라는 관록이 붙는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남에게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능력이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이 세상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에 사로잡혀 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내려놓기 보단 계속해서 나의 것으로 가져야 했고 그것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니 겉잡을 수 없는 삶의 부담으로 남게 되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회사라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초기 훈련병의 시절, 하늘 같은 상사나 조직의 리더들을 보게 되면 한때 정말 쉴 새 없이 일만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을 자신이 일하는 일터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반납을 했고 잠시라도 자신이 회사를 비우면 마치 회사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자신에게 귀하게 주어지는 휴가도 보란듯이 버리며 일을 하던 세대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철저한 책임의식이 어쩌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주역들의 숨은 땀방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결국 조직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획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우리말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옛 명언을 남긴 프랜시스 베이컨보다 더 일찍이 <아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예언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더 돋보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에서 아버지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 아들에게 인생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아들아! 아버지가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이 이렇더구나…” 
이렇게 시작되는 아버지의 사랑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한때 잘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교육을 받는 것이 어쩌면 아들의 삶에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달라졌기 때문이고 아버지 세대의 인재상이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내일은 또 다른 세상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을 방식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다음 세대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더 큰 기회의 발목을 잡는 삶의 늪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좋은 스승이 하는 일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학식과 도를 닮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의 학식과 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이와 같이 자신들이 가르치거나 그들의 뒤를 잇는 제자들이 자신들의 경지보다 더 높아야 하는 것을 이르러 <청출어람 청어람>, <후생가외> 등의 말로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한때 몸 담았던 회사의 최고의 리더께서 최근 2년 반을 유지했던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리더란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답습시키고 전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이 가진 숨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그들의 생각을 열어주고 마음껏 그들의 능력을 자발적인 열정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마당 놀이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설날 윷놀이대회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세대교체를 단행함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신선한 판을 만들어 낸 세계적인 윷놀이준비위원단의 혁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깨달은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접기 바랍니다.
내가 아니어도 다 잘 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잘 될 수도 있습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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