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청춘들의 행복한 동행 ♧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 한 토막으로 오늘 아침 글을 시작합니다.
영국의 한 신문사가 영국의 끝에 있는 지역에서 런던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1천만 파운드를 상금으로 주겠다는 공모를 했습니다.
이에 수학자, 과학자, 교통관련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뛰어 들어 비행기, 배, 자동차 등 각종 수단과 기발한 방법들을 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한 어린아이가 제시한 답변이 모든 사람을 수긍하게 만들며 그 상금을 거머쥐게 됩니다.
어린아이가 제시한 방법은 바로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멀고 긴 여행길을 혼자 바쁘게 가는 것도 좋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 간다면 아무리 긴 여정도 짧게 느껴질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속담 중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올해로 인생 60년을 열심히 살아온 제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해마다 봄이 되면 함께 모여 친목을 다지는 동창 모임을 올해는 색다른 이벤트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어느 청춘들의 행복한 동행>입니다.
이 행사의 주요 컨셉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45년이 훌쩍 지난 나이에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버스를 타고 추억의 도시락이 든 배낭을 메고 꿈과 낭만이 넘실거리는 동해안으로 떠나는 봄소풍입니다.
어린 시절 소풍 전날이 되면 소풍 당일 혹시 비가 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밤 하늘을 바라보며 설레던 그 마음을 다시 느껴 보게 하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추억의 도시락을 까먹고 보물찾기 게임도 즐기며 장기자랑으로 친구들 앞에서 뽐낼 멋진 노래도 준비하면서 흥분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였습니다.
어린 시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얼굴에 인생 계급장처럼 자랑스럽게 수놓아진 주름살과 하얗게 변했거나 아니면 엷어지고 성기어져 가는 머리카락일 뿐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인 중년의 친구들이 아침 일찍 그들을 봄의 향연으로 안내할 버스가 기다리는 춘천역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들떠 있는 청춘들의 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진행자가 미리 준비해 온 운명의 번호표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이날 하루 동안 함께 동행할 가슴 떨리는 운명의 짝꿍이 정해지는 시간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색깔을 달리한 종이 위에 쓰여진 동일한 번호를 확인하며 이 날 하루 동안의 파트너를 정하는 짝짓기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여기저기서 기쁨과 놀람의 탄성이 이어집니다. 서로가 짝을 맞춰가며 놀라움과 반가운 마음들이 교차됩니다. 그리고 짝이 되어 함게 동행할 친구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버스에 오릅니다.
운명처럼 짝 지어진 15쌍의 청춘 커플들의 동심을 실은 버스는 서서히 행복한 동행을 위한 여정인 동해안을 향하여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버스 안에서는 단 하루뿐인 운명의 짝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기막힌 인연들에 대하여 자랑을 늘어 놓기 시작합니다. 이날 맺어진 짝 중에는 실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있는 동창부부가 놀랍게도 다시 짝이 되는 기염을 토해 하늘이 맺어준 공식적인 천생연분의 쌍으로 등극합니다.
한 남자 동창은 어린 시절 짝사랑 했던 여자친구를 이날에 우연히도 같은 번호를 뽑아 짝이 됨으로 어린 시절 못다한 사랑을 하루 동안의 기막힌 인연으로 연출하여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꿈과 행복과 낭만을 가득 싣고 청춘 버스는 푸른 꿈이 넘실거리는 동해안을 향해 달려 갑니다. 버스 안은 여기저기 어린 시절 갖가지 추억담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준비한 다양한 게임과 재미있는 퀴즈로 흥겨운 시간이 흘러 갑니다.
점심 무렵 청춘 버스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동해안의 화진포 해수욕장입니다. 청춘 일행은 아름다운 바닷가 옆에 마치 그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듯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솔밭가든에 짐을 풀기 시작합니다. 소풍의 하이라이트, 추억의 도시락을 펼쳐 놓고 어린 시절의 동심을 소환하여 만끽합니다. 추억의 도시락을 먹으며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찐 계란에 칠성사이다를 달라고 외치는 친구에게 사이다 대신 맥주 한잔을 권합니다. 우정을 권하고 또 사랑을 전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무릉도원이 바로 그 곳에 있었습니다.
추억의 도시락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바닷가로 나가 또 다른 30년이 지난 후에 되돌아볼 추억 만들기 놀이와 기념 사진들을 찍어 대며 기억창고에 저장하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에 즐겨 했던 보물찾기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흥미있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입니다. 흥겨운 마음에 시간은 쏜살같이 흘려갑니다. 결코 붙잡을 수 없는 안타까운 시간입니다.
아쉬워하는 청춘들을 싣고 다시 버스는 북녘의 땅이 가까이 보이는 고성 통일 전망대로 향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눈으로 목도하기 원하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북녘 땅을 바라보고 조국통일을 기원합니다.
통일 염원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속초 바닷가로 내려오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준비됩니다. 동해안의 신선하고 쫄깃거리는 다양한 회를 마음껏 맛보며 그 위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화수분 같은 이야기를 덤으로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동해안에서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행복한 동행의 마지막 여정지이자 우리가 처음 떠나온 출발지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듯이 돌아오는 길은 각자가 준비한 멋들어진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합니다. 모두가 가수들입니다. 어린 시절 노래 한 곡 부르라고 하면 이리 빼고 저리 빼던 친구들이 세월의 흐름 탓인지 두려움과 수줍음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거침없는 입담과 넉넉한 웃음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이 이날 하루의 행복한 동행을 아쉬워하며 한마디씩 이야기를 하는데 그 한마디 한마디가 고스란히 시가 되고 노래가 됩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모두 가슴이 떨릴 때 어디론가 떠나자. 시간이 지나 다리가 떨리면 떠날 수 없을테니…”
또 한 친구가 철학 같은 말로 화답을 합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한 오늘처럼 행복한 동행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삶의 선물이었다!”
이 날 행복한 동행에 참가한 청춘들은 이미 아름다운 시인들로 거듭나 있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이 그의 시 <귀천>에서 우리의 삶을 소풍에 비유한 것처럼 어쩌면 인생이란 살아가면서 운명처럼 만나는 좋은 사람들과 삶의 여정 속에서 특별한 인연을 맺고 소풍처럼 잠시 놀다가는 그런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들은 그 남은 소풍의 여정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면서 이 삶의 향연이 끝나는 날 시인처럼 이렇게 노래하기 원합니다.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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