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경험의 미학

디모데교회관리 2017. 9. 25. 10:06
♧ 경험의 미학 ♧

‘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 
 둥실 둥실 둥실 떠오면
 설레는 마음 아가씨 마음
 울렁울렁울렁 거리네
 하모니카 소리 저 소리
 삼돌이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떡 방아 찧는 소리 저 소리
 두근두근 이쁜이 마음’  

1970년대 동남아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198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와일드 캐츠, 한국이름 들고양이들이란 여성 보컬그룹이 불렀던 <십오야>란 곡의 가사입니다. 

오늘 아침엔 젊은 시절 저의 삶의 운명을 바꾼 이 노래 <십오야>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30년을 다녔던 회사의 신입사원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1989년 3월에 회사에서 제 1 회 현상가요제란 이름으로 직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사기를 진작한다는 취지 아래 가요제를 열었고 그 후 매년 3월 25일 창립기념일에 즈음하여 이 가요제를 진행하여 회사의 정기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 매김 한 적이 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인 1989년 저는 제 1 회 대회에 
신입사원의 자격으로 출전을 하여 혼성 4중창을 결성하여 
트윈 폴리오가 부른 <웨딩케익>이란 곡을 저의 기타 연주에 맞춰 불러서 
영광의 대상을 거머쥐게 되는 기쁨을 안게 됩니다. 
아주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기타를 배운다고 한때 공부를 멀리 하여 원하던 대학으로부터 고배를 마신 이후 처음으로 기타를 배운 소중한 경험에 대한 작은 보람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제 2 회 현상가요제에서 저는 가요제를 진행하는 MC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당시 가요제 MC선발은 
회사 각 부서에서 소위 부서 야유회 등에서 이름을 날리던 기라성 같은 직원들이 
대거 MC후보로 거론이 되었는데 
심사과정에서 제가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아 제가 영광스런 현상가요제의 사회를 맡게 된 것입니다. 
물론 노개런티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제 2 회 현상가요제의 사회를 맡은 저는 
대학시절 틈틈이 갈고 닦은 실력을 총동원하여 깔끔하게 진행함으로 
회사행사에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됩니다. 

그 이듬해인 1991년 3월, 제 3 회 현상가요제에서도 
제가 그 이전 해에 깊은 인상을 심어 놓은 터라 연속으로 사회를 보는 영광을 안게 됩니다. 

제 3 회 현상가요제에는 당시 회사 회장님에서부터 사장님 및 고위 임원들이 전원 참석을 하는 자리라 
더욱 흥미진진하고 준비부터 신경을 써야 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그 해 저는 기존의 가요제 프로그램에 제가 갖고 있는 장기인 레크리에이션을 접목시키는 아주 이색적인 가요제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됩니다.
 
실패하면 쪽박이겠지만 잘 되면 대박일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재미있게 꾸며보았습니다.

가요제가 시작되었고 처음 무대에 등장하여 분위기를 유도하는 손유희 박수게임을 진행하며 준비한 유머를 던졌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저는 일사천리로 진행을 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중간 시간에 저는 다시 싱어롱 프로그램을 집어 넣어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과 직원들과 함께 싱어롱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 곡이 바로 이 <십오야> 입니다.
대학교 때 우연히 접하게 된 이 곡과 함께 붙여진 율동을 다시 저의 것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서 
새롭게 탄생된 <십오야>를 선보였는데 그것이 대박을 쳤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보충 설명을 곁들이면…
노래 가사 중에 ‘떡방아 찧는 소리..’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다른 율동도 재미있었지만 이 노래에서 바로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임원들의 팔 소매을 걷게 하고 나서 바로 이 부분에서 서로를 보면서 떡방아를 찧는 동작을 하는 것입니다. 
떡방아를 찧는 율동은 바로 어렸을 때 우리가 남을 향해 던지던 불경스런 팔뚝 질을 코믹하게 바꾼 것인데 제가 이 불경스러운 율동을 회장님과 사장님 그리고 다른 임원들 앞에서 율동을 빙자하여 던진 것을 보고 직원들은 대리만족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아(?) 포복절도를 하게 됩니다. 
자칫 회장님께서 기분 나빠 하시면 저는 완전히 끝장 나는 '러시안 룰렛'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웃고 계셨고 즐거워하신다는 것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끼면서 
저는 두 번 다시 확신을 가지고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가요제의 순서가 끝나고 심사평이 이어지는 자리에서 당시 심사위원장이시던 회장님께서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사회를 보던 친구 무대로 다시 나와봐!’ 하시면서 ‘자네 어느 부서 누군가?’  이렇게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네, 저는 구주영업부 사원 최준영입니다!’ 라고 다소 긴장된 목소리로 답을 합니다.

그랬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총무부장, 저런 친구가 아직 사원이야?? 대리로 진급시켜줘!! 오늘 가요제 너무나 재미있었어! 저 친구 때문에… 특히 십오야 떡방아 율동이 아주 좋았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장내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날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회사의 오너가 장난처럼 던진 사회자 특진시키란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진행을 해야 하는 지 그 진의를 파악하느라…

그 때 당시 사장님께서 (그 후 현대그룹의 실세가 되신 박세용 회장님) 명확하게 정리를 하시게 됩니다. 
저를 진급시킬 수 있는 인사상의 명분을 만들고 찾아보라고 특별 지시를 내리시고 
당시 인사과는 저의 인사기록을 살펴보다가 극적인 묘안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제가 당시 현대그룹을 입사할 때 대학원 석사학위 소지자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저를 특진시키기 위하여 저의 대학원 석사 학위를 1년 인정해주는 인사규정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회사 내에 근무하던 석사학위를 가진 다른 모든 직원들이 저로 인해 새롭게 생긴 인사 규정으로 동시에 모두 혜택을 입게 되는 경사스런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저는 이야기 합니다. 대학교 때 우연히 접하고 나의 것으로 소화한 <십오야>라는 노래와 율동을 익힌 경험이 저는 물론 당시 저의 동료들과 그 이후 회사를 입사하는 다른 후배 직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남겼다고…

그 이후 펼쳐지는 저의 직장생활 여정에서의 <십오야> 효과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미래 우수 인재 육성이란 차원에서 실시한 제 1 회 해외연수프로그램을 공개 공모하여 많은 직원들이 응모를 하였고 저도 관심이 있어 응모를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결선에 오른 최정 후보자들 중에서 저만 1인 발탁되는 영광을 안게 되어 
영국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되며 직장에서의 소위 성공의 길을 걷게 되는 보람을 누리게 됩니다. 
이 밖에도 기막힌 일들이 있지만 생략합니다.


지난 주 아침편지에서 압솔리지 (Obsoledge), 즉 무용지식 (오래 되어 쓸모 없는 지식)에 대하여 저의 생각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소위 교과 과정 속에 담긴 수많은 지식들을 배웠고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습득하느냐가 개개인의 성실도와 기억력의 결과물로 나오게 되면서 
대학의 문이 결정이 되고 그것의 연장으로 취업의 문이 열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큰 줄기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진행되고 있고 
소위 인재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속속들이 배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입니다. 
그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빚어진 지나친 교육열과 빗나간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에게까지 해악과 부작용을 미치고 인생을 슬프게 만드는 결과까지 초래하는 경우를 보며 기성세대의 교육을 반성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초점이 다소 빗나갔지만 오늘 아침 세상스케치에서는 경험의 소중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지식은 시대가 변하면 때론 버려야 하거나 수정되어 습득되어야 하지만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된 좋은 습관이나 남다른 경험은 
그것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일평생 살아서 언젠가는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저의 오래된 이야기를 추억앨범에서 꺼내어 나누어 본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여 벌게 되는 귀한 돈을 사용하는 소비의 형태를 크게 나누어 보면 
하나는 소유를 목적으로 소비하는 경우와 
또 하나는 경험을 목적으로 소비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와 
여행이나 특별한 경험을 사기 위해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일찍이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한 <소유와 존재(경험)>의 문제인데 
여기서 굳이 소유냐 경험이냐를 논하기 보다는 
삶에서 경험이 주는 가치와 효과가 
생각보다는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기대이상으로 파격적일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것이 되어 언젠가는 만인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고 
버리지만 않는다면 나눔으로 그 가치가 좋은 바이러스처럼 널리 확산되는 투자승수 효과의 이점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리고 오늘 어떤 특별한 경험을 위해 귀한 시간과 자금과 노력을 투자하고 계십니까?

어쩌면 우리의 그 귀한 경험이 내일의 기적을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그 경험이 진리인 양 무분별하게 강요하고 오용되는 몰지각한 경우만 아니라면 말이지요.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0) 2017.10.17
한글 예찬  (0) 2017.10.09
새 술은 새 부대에  (0) 2017.09.18
삶은 메타포,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0) 2017.09.11
오늘의 생명양식  (0)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