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먹 돼지와 불타는 조개구이> 이야기 ♧
지난 주 수요일에는 지인의 소개로 <미래포럼학회>에서 주관하는 공개 강의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였습니다.
두 개의 세션으로 되어 있는 각 90분간의 강연 중 첫 번째 세션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4.0 경영>을 주제로 한 강의를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최근 어디를 가도 4차 산업혁명을 소재로 한 강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발견합니다.
여기저기서 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강의를 많이 듣다 보니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새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과 각오도 남달라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아주 오래 전인 2002년의 이야기로 기억을 합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서 4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을 하던 해였습니다.
그 당시 같이 미국에 주재원으로 파견되었던 동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어 소위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꿈꾸며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았고
순진한 저만 어려웠던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열정과 충성심을 가지고 복귀하여 절박하게 살아갈 때였습니다.
2002년은 제가 다니던 회사가 창사이래 처음으로 회사의 존립의 위기를 겪었던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회사의 주식은 휴지조각처럼 거의 바닥을 쳤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기사회생이 거의 불가능했던 그런 절박하고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이미 사라졌고 어떻게 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느냐가 최대의 관심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한 때 젊은 시절 바닥까지 가는 힘든 상황을 겪어 본 터라 당시 상황을 보는 눈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가 살아날까를 매일 고민하던 하루하루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해 봄이 끝나가던 어느 날, 회사에서 돌아와 집 근처를 산책하게 되는데 유독이 저의 시선을 끌었던 음식점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식당에는 손님들이 항시 북적거렸는데 그 식당의 상호를 보니 <꺼먹돼지>였습니다. 상호가 하도 특이하기도 하고 손님들도 많아서 신기하게 안을 들여다보니 주인이 정신 없이 주문을 받는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우리 동네의 돈이 그 <꺼먹돼지> 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여름이 되었습니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저녁에 저는 회사에서 퇴근하여 조깅 겸 산책을 위해 다시 집 주위를 걷다가 우연히 불티나게 잘되는 또 다른 식당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여름이라 아예 식당바깥에까지 자리를 열어서 수많은 고객으로 성황을 이루던 그 집의 상호는 <불타는 조개구이>집이었습니다. 역시 엄청난 돈이 그 불타는 조개구이 식당으로 흘러 들어 가고 있었고 주인은 역시 더없이 행복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불타는 조개구이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봄철에 성황을 이루었던 그 <꺼먹돼지>집을 지나는데 고객이 단 한 사람도 없이 파리가 날리고 있었습니다.
<꺼먹돼지>집의 봄날은 이미 가고 없었습니다.
식당안은 어두웠고 주인장의 표정을 살펴보니 꺼먹돼지처럼 얼굴빛이 시커멓게 타버린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꺼먹돼지> 집의 상호가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다른 상호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치 저의 회사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가는 어느 날, 그 날도 예외 없이 집 주위를 산책을 하다가 저는 여름날 성업 중이었고 세상 돈을 다 쓸어 담을 것 같았던 <불타는 조개구이>집을 지나가게 되는데 그 여름날의 북적거렸던 고객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식당 안에는 단지 몇몇의 손님들만이 자리하여 소주 한 잔에 가 버린 인생을 허허로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쓸쓸했습니다.
마치 연극이 끝나고 난 무대처럼 고독하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꺼먹돼지> 식당과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난 <불타는 조개구이> 식당은
무엇이 문제였길래 여름 한 철 반짝 해 뜨듯이 출현했다가 사라진 것일까 하고…
당시 어려워진 회사 문제로 생각이 많던 저는 그때 하나의 키워드를 생각해냅니다.
그것은 <변화와 혁신>이었습니다.
서양 속담에 <건초는 해가 났을 때 말려라> 라는 말처럼 기회를 잘 잡아야하는 타이밍과 항상 잘 될 때 어려울 때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행동으로 전환이 되어야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과 변화하는 조직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해 겨울이 왔습니다.
당시 회사는 그나마 어려운 가운데 황금알을 낳던 중요한 사업부문 하나를 고가(高價)에 매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유동성이 극적으로 해결이 되면서 점차 회생의 기미가 보였으며 게다가 천만다행으로 비용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유류비까지 급격히 하락하면서 비용절감 효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 해 겨울 해마다 한 번 씩 다음 년도 영업을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하곤 했습니다.
당시 회의의 진행을 맡게 된 저는 영업전략회의를 시작하면서 서두에 제가 그 해 관심 있게 관찰한 <꺼먹돼지와 불타는 조개구이> 식당의 이야기를 오프닝으로 열면서 저희 회사가 한 때 잘 될 때 다가올 미래의 위기의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던 점과 이러한 교훈은 앞으로 우리가 생각할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주제 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 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많은 선배들의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눈에 선합니다.
‘바빠죽겠는데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야??’
‘빨리 회의나 진행해!’
이런 표정과 여기저기의 수군거림이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는 저의 진정성 있고 절박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 주신 단 한 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배 리더들은 저의 이야기에 귀를 막고 생각을 닫고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그 때 저는 처음으로 조직의 리더들의 미래를 보는 시각의 한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리더의 모습을 꿈꾸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급변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많은 기업들과 중소단위의 회사들을 보게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영원 불멸할 것 같았던 거대한 조직이 지금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갔습니다.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당당히 성장한 S그룹도 불황을 모르며 불멸할 것 같은 호황의 전성기에도 항상 위기의 시대를 준비하며 조직을 긴장감 있게 운영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담금질로 이루어진 조직 문화의 성공 사례입니다.
어느 흥미 있는 2000년대초의 통계자료를 보니 오늘날의 지식은 홍수와 같이 범람을 하여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지식 정보가 쏟아져 나오며 그 양은 실로 거대해서 73일만에 두 배씩 증가한다고 하니 오늘날 지식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아직도 현실에 안주하며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를 건배사로 외치는가 하면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으로 치부하며 변화를 다음으로 미루기도 하고 내가 가진 경험이 금과옥조인양 신봉하며 맹신하는 게으른 리더들이 오늘날의 대부분의 모습입니다.
서서히 가열되어 뜨거워지면서 죽어가던 비어커 물 속의 개구리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한때 레크리에이션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즐겨 보았던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이 요즘은 많이 식상해진 느낌입니다.
옛날에는 각 코너를 편집하여 방송물로 내보내기 위해서 정규방송코너의 수보다 두 배 가량의 개그코너를 만들게 하며 개그맨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했는데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예능프로그램에 밀려 시들해지며 프로그램의 존속조차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많은 개그 프로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웃음을 선사하던 개그프로에도 절실한 상황임을 보게 됩니다.
28년간을 몸담았던 조직에서 나와 떠나 있는 동안 동종업계에서 뜻밖의 좋은 제안으로 손을 내밀었을 때 그 동안 쌓아 온 경험을 가지고 안일하게 복귀하려고 했다가 그 계획이 뜻하지 않게 어긋나면서 한 때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했지만 지금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새롭게 개척하는 계기가 된 것이 오히려 힘은 들지만 제 삶의 또 다른 변화와 혁신의 여정이라는 점에서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삶이 새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남은 인생에서 변화라는 새로운 삶의 꿈을 꾸게 됩니다.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입니다.
Tomorrow is another day!!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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